참여마당
교육시론
교육토크
선생님과 아이
 
책소개(화풀이 본능) - 요즘 아이들이 예전보다 더 싸우고 감정조절이 안되는 이유 중 한가지....
강현숙  khs9301@hanmail.net 2012-08-30 2691


화풀이 본능

데이비드 바래시·주디스 이브 립턴 지음고빛샘 옮김
명랑한지성35218000

  고통은 전염된다. 불을 끄기 위해 일렬로 서서 물통을 전달하는 줄을 떠올려 보라. ''고통의 먹이사슬''은 이 풍경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정반대다. 불을 끄는 대신 희생자를 찾아 불태우고 그 또한 다른 희생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상처를 받으면 타인에게 그 고통을 전가하려고 든다. 새로운 희생자는 처음의 자극과는 상관없는 무고한 구경꾼이었으나 그도 결국 옆 사람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행렬에 동참한다. 운전 중에 입이 거칠어진다면, 균일하던 폭탄주의 농도가 돌연 짙어진 적이 있다면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내가 화풀이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요즘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무차별 칼부림''과 살기(殺氣)도 좌절하고 패배한 자의 눈먼 화풀이일 수 있다. 개코원숭이는 자신에게 해를 끼친 가해자에게 반격할 수 없을 때 약한 대상을 찾아 분풀이한다. 진화생물학자와 정신과 의사가 함께 쓴 이 책은 폭력의 원인을 ''고통 떠넘기기''로 설명한다. 그것은 유전자의 명령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개체가 감내하는 개체보다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쥐를 우리에 넣고 반복적으로 전기 충격을 주는 실험이 있다. 나중에 그 쥐를 해부해 보면 위궤양이 발생하고 부신(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샘)의 크기가 비대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 과부하 때문이다. 같은 조건의 우리에 나무 막대기를 넣어 쥐가 씹을 수 있게 하면 위궤양도 덜하고 부신의 크기도 작다. 쥐 두 마리를 넣은 세 번째 실험의 결과는 뜻밖이었다. 전기 충격으로 포악해진 쥐들은 계속 싸웠다. 그들을 해부해 보니 위궤양의 흔적은 없었고 부신의 크기도 정상이었다.

  고통이란 내부의 조난신호다. 처음에는 매우 주관적이고 한 개체에 머물지만 소용돌이치며 친구, , 친족, 낯선 개체 때로는 공동체와 심지어 국가 전체로까지 뻗어나가기도 한다. 고통에는 보복, 복수, 화풀이 등 세 가지 전달 방식이 있다. 보복은 해파리를 건드리면 쏘듯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이다. "복수는 식혀서 먹어야 맛있는 음식과 같다"는 시칠리아 속담처럼 복수는 시간을 두고 나타나며 그 강도는 비례적이지 않다. 이 책은 무엇보다 화풀이에 집중한다. AB를 아프게 한 뒤에 그에 대한 대응으로 BCD를 아프게 하는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흔하게 발생한다. 

오랜 진화의 세월 동안 악을 되갚는 개인과 집단은 오래 살아남았다. 누가 당신의 낙타를 가져갔는데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그는 당신의 딸도 데려갈 것이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알 카에다가 남긴 상처에서 비롯됐다. 미국인 대부분은 9·11테러로 입은 상처와 고통을 덜어줄 어떤 폭력적인 조치를 바랐다. 그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누군가를 찾아 고통스럽게 만들어야 했다. 이미 위험하다고 알려진 대상, 쉽게 무찌를 수 있는 대상이면 더 좋았다. 

스트레스와 힐링이 넘치는 세상이라서 더 분석적으로 읽히는 책이다. 이스라엘을 향한 팔레스타인의 자살 폭탄 테러, 중세 유럽의 흑사병과 반()유대주의, 소설 ''모비딕''에서 에이해브 선장의 집착 등 화풀이를 넓고 깊게 다루면서 흥미진진하다. 책장이 바삐 넘어간다. 

화풀이는 본능이지만 과잉 대응하거나 무고한 사람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 고통 전가의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없을까.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서 "확 열이 받아도 한숨 돌렸다가 전후 사정을 파악한 뒤에 ''이 정도라면 화내도 되겠어'' 싶을 때 화를 내기로 했다"고 썼다. 이 책의 저자들은 유대교·기독교·이슬람·불교·심리학·게임이론·경제학자·정신의학 등이 쓰는 방식을 소개하고 나서 고통 최소화의 짧은 원칙 하나를 일러준다. 

"어떤 행동이 세상의 고통을 증가시킬지 아니면 감소시킬지를 자신에게 물어볼 것. 그리고 언제나 세상의 고통을 줄이는 쪽을 선택할 것."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말
착취자의 뇌가 더 스트레스 받는다